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보던 중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소식을 접했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학급 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이었다. 학교라는 공간. 배움의 터전이자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두 번째 집과도 같은 그곳에서 벌어진 참사에 온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사건 개요
2025년 4월 28일 오전 8시 36분.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학급 2학년 A군(18)이 미리 준비해 온 흉기를 휘둘러 교장, 환경실무사, 행정실 직원 등 교직원 3명이 가슴과 복부 등을 찔려 중상을 입었다. 다른 교직원 1명은 목졸림 피해를 입었고, 도주 과정에서 행인 2명도 부상을 입었다.
A군은 가방에 총 4개의 흉기를 소지하고 등교했으며, 수업 시작 후 1층 상담실 인근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학교를 빠져나와 인근 호수공원으로 도주하다 저수지에 뛰어들었고, 오전 8시 48분경 구조되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하지만 이 글에서 나는 단순히 사건을 요약하거나 속보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 뉴스 너머에 있는, 우리가 정말 고민해봐야 할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특수교육의 현실, 무엇이 문제인가
가해 학생은 특수학급에 소속된 학생이었다. 여기서 잠시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현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특수교육 대상학생은 약 10만 명에 이르지만, 특수교사는 2만 명 정도로 교사 1명당 평균 5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 언뜻 보면 적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각기 다른 장애 유형과 특성을 가진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지도해야 하는 특수교육의 특성상 결코 충분한 인력이라고 할 수 없다.
작년 겨울, 지인의 소개로 특수학급 교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을 위한 개별화교육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너무 버겁습니다. 학생들의 돌발행동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인적 여유가 없어요. 특히 정서·행동장애가 있는 학생들의 경우 언제든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적절히 대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오늘 사건의 A군도 평소 얼마나 세심한 관찰과 지원을 받고 있었을까? 등교 시 가방에 4개나 되는 흉기를 소지했다는 것은 이미 학생의 마음속에 계획이 있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를 사전에 발견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학교 안전,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학교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최근 몇 년간 학교 폭력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CCTV 설치, 경비인력 배치, 신고 시스템 강화 같은 대책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과 같은 사건이 재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내가 참관했던 교육 세미나에서 한 안전 전문가는 이런 말을 했다.
"진정한 학교 안전은 물리적 장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소통에서 시작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어려움과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오늘 사건의 A군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그의 내면에는 어떤 분노와 좌절이 있었을까? 그리고 그 신호를 우리 교육 시스템은 왜 포착하지 못했을까?
단순히 '문제 학생'이라고 낙인찍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그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배경과 과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만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잠깐 생각해 볼 점
-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정서적 지원을 위한 상담 시스템은 충분한가?
- 학생들의 이상행동이나 위기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체계가 있는가?
-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가?
- 가정-학교-지역사회의 연계 협력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 위기 상황 발생 시 대응 매뉴얼과 훈련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가?
공동체 의식의 회복, 그것이 첫걸음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 남의 일에 관심 갖지 않는 문화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라는 공간은 원래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의 장이어야 한다.
한 달 전, 이웃 아파트에 사는 고등학생을 만났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 반에 좀 특이한 친구가 있어요. 다들 그 친구를 피해요. 저도 솔직히 같이 있기 불편할 때가 많긴 해요. 그런데 얼마 전에 그 친구가 혼자 급식을 먹고 있는걸 봤는데, 갑자기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날부터는 제가 먼저 말을 걸었어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그 친구의 관심사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나름 재밌게 지내고 있어요."
작은 관심과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학교 폭력이나 고립감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학교 공동체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교육 정책의 재검토가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정책은 대부분 성적과 입시 중심으로 짜여 있다.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인성 발달, 사회성 함양 등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라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추진된 '학교폭력 예방 교육', '생명존중 교육' 등은 대부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1년에 몇 시간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학교 상담사와 심리 전문가의 수를 늘리고,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적절한 대우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시급한 교육 정책 개선 방향
- 특수교육 지원 인력 확충 및 전문성 강화
- 학생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 구축
- 학교 안전 관리 시스템의 실질적 운영
- 교사의 업무 부담 경감을 통한 학생 지도 여력 확보
- 가정-학교-지역사회 연계 협력 강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오늘 일어난 사건을 단순히 '특수학급 학생의 흉기 난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 시스템과 사회의 단면으로 봐야 한다. 이는 어느 한 사람,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몇 년 전 TV에서 본 교육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핀란드의 어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아침에 등교할 때 교사들이 일일이 악수를 하며 맞이한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표정이나 행동으로 그날의 컨디션이나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하면 즉시 상담이나 지원을 제공한다고 한다.
사소해 보이는 관심과 배려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특별한 예산이나 정책 없이도 우리 모두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마치며: 침묵의 위기를 깨야 할 때
오늘 청주에서 일어난 사건은 극단적이고 충격적이지만, 사실 어떤 면에서는 예견된 비극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A군은 오랫동안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를 보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거나, 알아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을 수 있다.
지금은 '침묵의 위기'를 깨야 할 때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우리는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서로의 아픔과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오늘의 비극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각성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건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을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빠른 쾌유를 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주변의 이웃과 동료, 그리고 학생들에게 우리는 얼마나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을 전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더 나은 교육 환경과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이 글은 2025년 4월 28일 발생한 청주 고등학교 흉기난동 사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공식 발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피해자 및 관계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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